‘현실적’으로 비현실적인.
넓지 않은 동네 골목이지만 직선으로 쭉 뻗은 평탄한 길이라 멀리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내 앞으로 다섯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일행은 아니었다. 그들은 골목 왼편과 오른편, 그리고 가운데에 나름의 간격을 두고 퍼져 있었다. 그들 모두 휴대폰에 얼굴을 푹 묻은 채였다. 만약 2~30대뿐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중년의 남성과 여성도 한 명씩 섞여 있었다.
나는 우측통행으로 걷고 있었다. 앞을 보지 않고 다가오는 저들을 어떻게 피해 가야 하나 최적의 경로를 가늠해 보았다.
‘대체 여긴 어디지?’ 순간 이 상황이, 지금 이곳이 너무도 생경했다. 토끼굴에 빠진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저들이 온기를 지닌 생명체가 아니라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 작동하는 봇(bot)처럼 보였다. 아주 어렸을 적, 타인이 모두 로봇일지도 모른다고 상상했던 때와는 또 달랐다. 지금 이 상황이 ‘현실적’으로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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