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계절 하나 보내기도 전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아진다
다 어디로 갔을까
담배가게 표지판을 매단 벽에서 시작 되는
골목길은 어디로 갔을까
그 골목길에서 뛰어놀던
친구들의 이름은 다 어디로 갔을까
토끼풀꽃 깔린 들판은 어디로 갔을까
반지를 만들어 끼워주고 손가락을 걸던 조막손은
봄나비처럼 길을 잃고 어디로 갔을까
시간의 갈피를 넘기다
조팝꽃 간질이는 하늘로 눈길을 던지면
눈에 어리는 얼굴들
그 이름들이 날아다닌다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차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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