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27.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 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 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아무도 없었다. 좁은 골목은 지렁이같이, 시궁창 냄새를 풍기며 뻗어 있을 뿐이다.
시새움과 선망이 풍랑 만난 배처럼 눈동자 속에서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한다.
반허리로 내려간 치맛자랑을 질질 끌며 제방으로 달아난다. 한동안 그쪽에서 어중간한 울음을 잡히더니 곯아떨어진 모양이다.
-토지 2부 제1편 북극(北極)의 풍우(風雨) 8장 주구(走狗)와 갈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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