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깃든 詩 - 박경리/ 토지 142.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 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 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오만했던 서희 눈빛이 별안간 흐려진다. 어둠에 자맥질하듯 절망 같은 것, 외로움 같은 것이 솟구쳤다 가라앉곤한다.
“사세가 불리하면 순임금이 독장사를 하더라고 혈혈단신 계집아이가 사고무친한 이곳에 있기로 어찌 인심이 여반장, 간사스럽구나.”
햇볕도 여름과는 달리 튀질 않고 스며들어있다. 맞은켠에는 문살이 촘촘하고 잘게 되 출입문 하나, 청인 집이다.
-토지 2부 제2편 꿈속의 귀마동 7장 노동자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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