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in #steem8 hours ago

image.png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이 묵직한 질문 앞에서 나는 가끔씩 걷던 걸음을 멈췄다.
물리적으로 숨이 끊어진 이가 어떻게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삶을 지탱할 수 있단 말인가.

딱히 특정한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릴 수도 없다.
그저 역사책에 기록된 수많은 이름 없는 군상들 혹은 전쟁터의 포화 속에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스러져간 그들을 향한 미안함, 고마움 이런 마음이다.

그들은 자신의 내일과 바꾼 오늘의 평화를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그들이 치러낸 참혹한 대가 덕분에 나는 오늘 아침 사랑하는 이들과 평범한 안부를 묻고 있다.
또한 그들 덕분에 내일을 계획하며 온전한 자유를 누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산 자가 누리는 모든 안전과 행복은 결국 죽은 자들이 기꺼이 포기했던 그들의 시간 위에서 피어난 꽃인 셈이다.
결국 죽은 자는 산 자가 영혼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구원한다.
그들의 희생은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해야 하는지를 묵묵히 일깨우는 나침반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이 하루가 누군가의 간절했던 내일이었음을 기억할 때, 우리의 삶은 그저 허투루 소비될 수 없다.
거대한 빚을 진 자는 그 빚을 갚아 나가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낸다.
그러므로 현충일에 느끼는 이 빚진 마음은 결코 우리를 짓누르는 우울한 감정만은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희생을 내 삶의 의미로 승화시키는 성스러운 각성이다.
오늘 하루만큼은 두루뭉술하게 느껴졌던 그 이름 없는 영웅들의 흔적을 내 마음 깊이 또렷이 새겨본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원하는 방식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이 지켜낸 세상 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더 아끼고 오늘을 더 치열하게 살아내는 것.
그것만이 이 무거운 빚을 기꺼이 안고 살아가는 산 자의 유일한 보답일 것이다.
그들의 값비싼 희생으로 오늘의 산자가 된 우리가 그들을 구원하는 길이라 생각된다.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안녕허세요~~ SteemFest Korea 2026 개최를 위한 후원약정을 부탁드립니다

SteemFest Korea 2026 개최를 위한 후원약정을 부탁드립니다

국기를 게양했어요.
희생한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