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도 장비발인데...
돌밭에 심는 희망, 빗소리에 씻기는 시름농사도 장비 빨이라는데, 가진 것 없는 맨몸으로 부딪치려니 이건 운동이 아니라 고역이다.
오늘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마음이 급해졌다.
서둘러 콩을 심는다.
작년에는 멋모르고 모종을 내어 심었다가 영 재미를 못 봤다.
그 시행착오 끝에 올해는 땅에 직접 씨앗을 묻는 직파를 선택했다.
문제는 땅이다. 논을 매립해 만든 밭인데, 흙 반 돌 반이라 도무지 답이 안 나온다.
돌이 워낙 많으니 트랙터를 가진 이들도 로터리 한번 쳐주기를 꺼린다.
결국 모든 과정을 손으로, 힘으로 버텨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전업농도 아닌데 덜컥 값비싼 농기계를 갖출 형편도 안 되고, 매번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해가며 부탁하는 것도 한두 번이다.
결국 믿을 건 이 미련한 맨몸 하나뿐이라 다시 팔을 걷어붙인다.
본업이 아니면 취미나 재미라도 있어야 할 텐데, 요즘은 통 신나는 일이 없다.
기운이 나야 재미도 붙는 법이거늘, 믿었던 스팀(STEEM)마저 연일 사람 기를 팍 꺾어놓으니 마음이 더 가라앉는다.
그래도 작년에 거둔 옥수수를 생각하면 작은 위안이 된다.
수확한 옥수수가 워낙 맛이 좋아 지금까지도 요긴하게 먹고 있다.
애터미 교육이 있을 때마다 한 솥 가득 쪄서 가져가면 늘 최고의 인기였다.
맛에 반한 애터미 가족들에게 다시 부응하고자 설악백조센터 센터장님도 올해는 열심히 옥수수를 심으셨다.
내가 땀 흘려 기른 작물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된다는 것, 그것이 농사의 큰 보람일지도 모른다.
오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콩 심기는 예상보다 자꾸만 더뎌진다.
지쳐가는 와중에 함께 일하던 이 국장님이 뜬금없이 웃기는 이야기를 던진다."
누가 그랬지요? 적게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고."
누군가 싶어 곰곰이 생각하다가 무릎을 탁 쳤다."
누구긴 누구야, 삼둥이 할아버지지!"
얼마 전 옥수수 모종을 낼 때 그 어르신이 툭 던지신 말씀이었다.
"아, 맞다 맞아!"
서로 마주 보며 허허 웃고 나니 팽팽했던 긴장이 조금은 풀린다.
하지만 웃음 끝에 밀려오는 현실적인 고민은 여전히 무겁다.
이제는 농토를 그냥 묵혀두는 것도 법적인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규제만 쏟아내며 팔라고 다그치지만, 숨통이 트이게 사줄 사람이나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땅 사면 죽는다'며 엄포를 놓는 시국이니 정작 땅을 살 사람들은 모두 숨어버렸다.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그냥 놔두든지, 아니면 차라리 감정가로 국가에서 매입해 주는 제도가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정부 매입가가 마음에 안 들어 안 팔면 그다음 조치를 취하더라도 말이다.
평범한 이들에게 숨통은 틔워줘야 하지 않나 싶다.
잠시 쪼그리고 앉아 쉬는 시간에 복잡한 마음을 몇 자 적어보려 했지만, 엉킨 실타래 같은 생각에 글도 잘 써지지 않는다. 이제 다시 콩을 심으러 일어설 시간이다.
허리를 펴며 하늘을 본다.
다행히 오늘 밤에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다.
야속한 돌밭이지만, 목마른 대지를 적셔줄 빗소리를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다행이다.
씨앗들이 부디 무사히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길 바라며 서둘러 흙을 만지러 나선다.
감사합니다.
2026/06/07
천운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Right 👍
저도 콩 심었는데, 묻어 놓으니 언제고 싹이 트긴 하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