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4-22 이란전쟁 53일차, 국제정치의 코메디, 우왕좌왕하는 금융자본과 트럼프의 정치적 체면유지가 만들어낸 이중주
국제정치 무대에 코메디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트럼프는 이란이 회담에 오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이번에 회담이 벌어질 것 같이 거짓말을 했다. 외교사를 공부해보면 외교관이나 정치지도자들이 상대방을 속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대부분 무대뒤에서 벌어진다. 상호 사적인 대화에서 상대를 속이거나 기만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처럼 공개적으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했다. 트럼프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코메디를 한 것이고, 언론들은 트럼프의 거짓말 코메디를 위한 조연출 노릇을 했다.
트럼프의 거짓말이야 워낙 정평이 나 있으니 그런다손 치더라도, 언론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짓을 벌였다. 소위 악시오스라는 언론은 모즈파바가 협상대표단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허위 보도를 했고, 한국의 언론들은 이란내부에서 온건파와 강경파가 서로 내부갈등을 벌이고 있다고 마구 써댔다. 이런 거짓 보도는 트럼프의 국제정치 코메디를 의한 무대장치가 되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란은 이미 예고한 바와 같이 회담을 거부했다. 이란은 미군함이 봉쇄를 하고 자국선박을 포격 나포하는 상황에서 회담은 불가하다는 것을 이미 공식적으로 밝혔다. 지금의 상황을 국제정치 코메디가 아니라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트럼프의 1인극 코메디였던 것이다.
트럼프는 협상종결시까지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의 상황에서 트럼프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전쟁을 계속하거나 휴전을 연장하고 이란의 양보를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에서 이란을 굴복시키지 위한 전쟁은 불가능하다. 미국은 이란과 같은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수행할만한 능력이 없다.
트럼프의 미국은 사막의 폭풍작전을 하던 부시의 미국이 아니다. 게다가 전장의 양상도 바뀌었다. 과거와 같은 템포위주의 작전은 불가능하다. 대규모 지상전은 필연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장기전 소모존의 양상이 불가피하다. 현재의 미국은 그런 전쟁을 위한 병력을 마련할수도 없고 전쟁을 지속할 경제적 능력도 부족하다. 지금 미국이 이란과 지상전을 벌이면, 미국은 전쟁도 하기전에 붕괴하고 말 것이다. 현재의 미국은 한마디로 대규모 정규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하자면 적어도 200만에서 300만은 동원해야 하고, 국가운영도 전시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의 미국인들이 그런 부담과 희생을 감당할 의지가 있을까? 한마디로 미국은 절대로 러시아와 같은 총력동원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러시아가 가능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 국민이 현재의 전쟁을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방어전쟁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미국은 출구가 없다. 지금 미국의 상황은 과거 베트남 전쟁과 유사하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은 역사상 최대강국이었다. 그랬던 미국은 베트남전으로 위기에 빠졌고, 그 위기를 닉슨과 키신저가 극복했다. 당시 닉슨은 중국과 관계정상화를 하면서 소련을 고립시켰다. 페트로 달러 체제도 당시에 만들어졌다. 닉슨과 키신저가 패전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여전히 미국이 세계최고의 강대국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정치 경제 체제는 베트남전 이후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미국은 베트남전 패전 당시와 많이 다르다. 트럼프는 닉슨이 아니고, 루비오는 키신저발끝에도 못따라간다. 지금 미국의 문제는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협상의 대표는 부동산업자 출신이다. 그들이 어떻게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중요한 협상을 이끌어 간다는 말인가? 지금 미국에 과거의 키신저나 브레진스키 같은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항상 그렇듯이 국가가 기울어가게 되면 재능있는 인물은 사라지고 이상한 인간들이 판을 친다. 지금 미국이 그런 것 같다. 미국 역사상 이상한 대통령도 있었고 장관들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미국은 할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유일하게 가능한 것은 가급적 신속하게 지금의 국면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미국의 적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물론 미국의 상황에서 이탈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더 지연되면 미국은 스스로를 재편할 수 있는 기회조차 상실하고 말것이다.
미국은 지금 이란에 대한 해상차단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소위 경제적 분노라는 이상한 이름의 해상봉쇄 작전은 이란에 대한 타격보다 미국과 미국의 우방국에 대한 피해가 더 큰 자해적 조치이다. 패권국은 황혼에 접어들면 공통적으로 이런 전략적 자살을 감행한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미국의 전략적 자살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의 전략적 자살의 시작이었다면, 이번 이란 전쟁은 전략적 자살의 완결판이라 하겠다.
미국이 여기에 매달려 있으면 동북아지역에서 중국과의 결정적인 세력경쟁에서 힘도 쓰지 못하고 한번에 무너지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금의 상황에 박수를 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서아시아에 목매달 이유가 없다. 이미 걸프국가들은 속으로 이반을 했다. 이 전쟁이 끝나고나면 서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이익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 미국은 서아시아가 아니라 중국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우왕좌왕하는 미국의 금융자본과 자신의 정치적 체면때문에 발을 빼지 못하는 트럼프의 합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