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반구대병원 ‘환자 살해’ 피의자, 여전히 그 병원에 있다
울산의 정신의료기관인 반구대병원 폐쇄병동에서 지적장애인 환자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환자가 여전히 이 병원에 입원 중인 상태로 재판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한겨레가 폭행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당 환자의 항소심을 방청하고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2년 전 반구대병원 3병동에서 지적장애인 강아무개(49)씨를 때려 숨지게 한 김아무개(33)씨가 여전히 반구대병원 폐쇄병동에 입원 중이다. 김씨는 사건 당시 입원 중이던 3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결과 김씨는 2024년 7월17일 반구대병원 3병동 휴게실에서 강씨와 시비를 벌이다 강씨 얼굴을 주먹으로 때려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게 했다. 의식을 잃은 강씨는 4개월간 다른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 같은 해 11월29일 숨졌다. 지난해 10월13일 1심 재판부인 울산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동규)는 김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12일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유정우)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김씨 쪽 변호인은 “(김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었고, 현재도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으나 반구대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김씨는 재판장이 주소지를 묻자 본인의 자택 주소를 댔다. 최후진술에선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짧게 말하기도 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23일 오후 열린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및정신질환자복지서비스지원에관한법률)에 “살인 가해 환자를 즉시 강제 퇴원시켜야 한다”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소한 전원조치는 해야 했다는 게 정신장애 인권활동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는 12일 한겨레에 “다른 환자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전원 등 분리조치를 했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한결 한국동료지원인협회 임시회장도 “가해행위를 목격한 다른 환자들에게 큰 트라우마가 있을 테고 재발 우려 측면이 있음에도 그 병원에 입원을 유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가해 환자도 치료를 받아야 하므로 무작정 퇴원은 적절치 않을 수 있다. 그래도 병원 전원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가해 환자가 병원에 있으면 병원 책임과 관련하여 증거가 은폐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한겨레에 “폭행치사 피의자를 폭행치사를 방조한 병원에서 관리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반구대병원에선 2022년 1월에도 지적장애인 김도진(가명, 32)씨가 다른 환자 2명에게 폭행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밖에도 최근 5년간 3건의 추가 사망자가 드러났다는 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조사결과다. 나머지 3건의 사망사건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와 이 병원에 대한 합동조사를 벌였던 인권위는 오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청사 10층 브리핑실에서 반구대병원 조사와 관련 ‘보호의무 소홀로 인한 정신의료기관 입원환자 폭행 사망 등 직권조사’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잇따른 사망사건과 관련해 반구대병원을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보인다.
반구대병원은 현재까지 폐쇄병동 내에서 벌어진 지적장애인 환자 폭행·사망 사건에 대해 관리 책임을 인정해오지 않았다. 2024년 사건 피해자인 강씨의 누나는 지난해 12월 한겨레와 통화에서 “병원 책임자가 ‘우리가 때린 것도 아닌데 뭘 잘못했느냐’며 도의적인 책임조차 없다고 한다”고 했다. 병원 쪽은 ‘(다툼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먼저 때렸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사망자 유족도 반구대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지만, 병원 쪽은 책임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부산의 사회복지법인 동향원이 운영하는 반구대병원은 1996년 효정재활병원으로 개원해 2013년 이름을 바꾸고 정신의료기관으로 탈바꿈한 곳으로, 220여개 병상을 갖추고 있다. 입원 환자 중 지적 장애인 환자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울산 반구대 정신병원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월 울산 반구대병원장과 사망 당일 당직의사(주치의), 담당 간호사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혐의로 울산시 경찰청에 고발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이런 경우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하고 감시를 강화해야 할텐데,
너무 방치되어 있네요
행정당국이 후속조치를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