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AI 시대에 다시 읽는 니콜라스 카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초판은 2010년에 출간되었다.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은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했고, 생성형 AI는 상상 속의 기술에 가까웠다. 저자는 주로 구글과 같은 검색 엔진과 인터넷 환경이 인간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주목했다. 그런데 2026년의 시점에서 다시 이 책을 읽어보면, 당시의 문제의식은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기술의 발전은 오랫동안 낙관의 대상이었다.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인류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더 똑똑해지고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무한한 정보 속에서 더 현명해지기보다는 종종 확증편향에 빠지고,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을 소비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보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 반드시 지혜의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날의 정보 환경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인터넷은 인류에게 열린 지식의 에덴동산일까, 아니면 끝없이 정보가 쌓여 있는 거대한 쓰레기장일까? 아마도 정답은 둘 다일 것이다. 문제는 정보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에 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인터넷이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카는 매체가 단순히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 과정 자체를 형성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기술은 단순히 더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사고방식을 만들어내는 환경이다.
실제로 인간의 역사에서 중요한 기술적 전환은 언제나 사고방식의 변화와 함께 이루어졌다. 문자의 등장은 인간이 기억에만 의존하던 존재에서 기록하는 존재로 변화하게 만들었다. 구두점, 띄어쓰기, 단락과 장(chapter)의 구분 같은 문자 체계의 발전은 독서 속도와 이해력을 높였고, 인간이 더욱 깊고 복잡한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종이의 보급, 구텐베르크의 인쇄기, 타자기, 컴퓨터, 텔레비전,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매체는 단순히 정보를 담는 그릇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 활동을 재구성하는 도구였다.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니체와 타자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건강 악화로 인해 대학 교수직에서 물러난 니체는 손으로 글을 쓰는 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타자기를 사용하게 된 이후 그는 자신의 생각을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정리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많은 철학 저작들을 남기게 된다. 니체의 사례는 도구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사고의 형식과 표현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가 가능한 이유는 인간의 뇌가 가소성(plasticity)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환경에 적응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구성한다. 반복적인 행동과 경험은 신경 회로를 강화하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능력은 점차 약화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도구를 사용하지만, 동시에 도구 또한 우리를 변화시킨다.
니콜라스 카는 여러 심리학 및 인지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인터넷 환경이 인지 과부하를 유발하고 집중력을 분산시킨다고 설명한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링크, 알림, 새로운 정보들은 우리의 주의를 여기저기로 끌어당긴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지만, 그 정보를 깊이 이해하거나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데는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다. 빠르게 검색하고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기억해야 할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깊이 있는 사유보다 즉각적인 정보 획득에 익숙해지도록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의 AI 시대에 더욱 흥미롭게 읽힌다. 인터넷이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였다면, AI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보를 정리하고 요약하며 때로는 사고 과정의 일부까지 대신 수행한다. 물론 이것은 인간에게 엄청난 가능성을 제공한다. 반복적인 작업을 줄이고 더 창의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 고민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줄어들 위험도 존재한다.
결국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은 기술이 좋은가 나쁜가가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 왔고, 그 도구는 우리의 능력을 확장시켜 왔다. 그러나 모든 기술은 무언가를 얻는 동시에 무언가를 잃게 만든다. 우리는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함에 주목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는 자주 놓친다.
정보의 홍수는 에덴동산일 수도 있고 쓰레기장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태도다. 인터넷과 AI가 제공하는 수많은 정보와 답변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기술은 우리의 능력을 확장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능력을 잃고 있는지 또한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2010년에 던진 문제의식은 스마트폰 혁명을 지나 생성형 AI의 시대에 이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질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게 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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