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 머신 다섯 개를 발견한 경로

오래 viral 만 좇았습니다.

운영 중인 사이트가 100 개를 넘으면서, 매주 GA4 를 열 때 가장 먼저 들여다본 곳은 트래픽 spike 가 일어난 사이트들이었습니다. 어디서 폭발이 났는가, 그게 어떤 채널을 타고 왔는가, 이 폭발을 재현할 수 있는가. 폭발이 보이지 않는 사이트들은 그냥 다음 주로 넘겼습니다.

이 습관이 깨진 게 최근입니다.

어느 날 GA4 의 사이트별 비교 뷰를 평소와 다른 정렬로 본 적이 있습니다. 보통은 트래픽 내림차순으로 봅니다. 그날은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컨버전 이벤트 / 세션 비율로 정렬해봤습니다. 위에 올라온 사이트들이 평소 트래픽 차트에서는 잘 안 보이던 이름들이었습니다.

트래픽은 적었습니다. 월 방문자가 수백에서 1~2 천 사이. portfolio 평균보다 한참 아래에 깔리는 구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적은 방문자 중에 컨버전이 또렷이 찍히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이트는 세션 100 당 컨버전 5~7 건, 어떤 사이트는 그보다 더 높았습니다. viral 사이트들은 보통 세션 100 당 1 건 아래입니다.

그 사이트가 다섯 개 보였습니다.

카테고리는 흩어져 있었습니다. 육아 관련 도구가 하나, 은퇴·건강 정보가 하나, 연금 계산이 하나, 수유 관련 도구가 하나, 스트레스 자가 검사가 하나. 같은 묶음으로 묶기 어려운 다섯 개였는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검색 의도가 또렷하다는 점입니다. 이 사이트들에 들어오는 사람은 "지금 이 정보가 필요해서" 들어왔습니다. 둘러보러 들어온 게 아니었습니다.

viral 사이트들은 반대였습니다.

이슈에 따라 갑자기 들어오는 트래픽은 둘러보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호기심으로 한 번 클릭하고, 본문을 훑고, 나갑니다. 일주일 뒤에 돌아오는 비율이 낮습니다. 컨버전은 거의 안 일어납니다. 다섯 사이트는 트래픽이 매주 비슷한 수준으로 평평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폭발은 없는데, 작은 정상이 매주 같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패턴을 발견한 뒤 한 달 정도 시간을 두고 다섯 사이트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컨버전율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트래픽이 한두 배 늘어나도 컨버전율이 비슷하게 따라왔습니다. viral 사이트들의 컨버전율은 트래픽 spike 때 오히려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다섯 사이트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시점에 viral 만 좇던 습관을 의심하게 됐습니다.

viral 트래픽은 매주 어딘가에서 폭발을 만들 수 있지만, 그 폭발이 자산이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폭발이 끝나면 baseline 으로 내려옵니다. 다섯 사이트는 폭발이 없는 대신 baseline 자체가 매주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발견의 경로를 한 줄로 줄이면 — 정렬 기준을 한 번 바꿔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GA4 의 데이터 자체는 6 개월 전부터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트래픽 내림차순으로만 보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을 뿐입니다. portfolio 가 커지면 트래픽 상위 사이트들에 시선이 몰리고, 하위 사이트들은 한 묶음으로 "조용한 사이트들" 이라는 라벨이 붙어 시야 밖으로 빠집니다. 그 라벨이 컨버전 머신 다섯 개를 가리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매주 GA4 를 열 때 정렬 기준을 두 번 바꿉니다. 한 번은 트래픽, 한 번은 컨버전율. 두 정렬의 상위 목록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는 점이 매주 새롭게 느껴집니다.

다섯 사이트는 2026 년 5 월부터 lift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트래픽 자체를 올리는 작업입니다. baseline 컨버전율이 일관되니까, 트래픽이 두 배가 되면 컨버전도 두 배에 가깝게 따라올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가설이 맞는지는 한두 달 안에 데이터로 확인될 겁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결과를 모릅니다. 다섯 사이트 모두 lift 가 잘 먹힐 거라고 단정할 근거도 아직은 없습니다. 다만 viral 만 좇던 습관에 한 가지 시야가 더 붙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트래픽이 적다는 이유로 시야에서 빠지는 사이트들 중에 진짜로 일하고 있는 사이트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시야입니다.

아직 발견 못한 컨버전 머신이 더 있을 가능성이, 다섯 개의 존재를 보고 나니, 그 전보다 훨씬 높아 보입니다.